# 부재의 존재
언어의 온도에는 수많은 영화들이 언급되는데 그중에 일본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로 글은 시작된다.
일본 영화를 많이 접해 보지 못한 나지만 리뷰를 보니 '러브레터'처럼 은은한 내용의 영화인 듯하다.
영화는 15년 전 집을 나간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찾아간 그곳에서 세 자매는 이복동생 스즈와 대면하게 되고
이렇게 네 자매의 새로운 생활이 자그마한 바다 마을에서 잔잔하게 전개된다.
영화에서는 유독 밥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멸치 덮밥, 해산물 카레'는 부재인 아버지의 존재를 떠올리게 하는 그리운 맛으로 표현된다. 누구에게나 그리운 기억을 호출하는 음식은 존재할 것이다. 나에게 '감자 크로켓'은 여고시절의 즐거움으로 대변된다. 갓 튀겨낸 크로켓 속에 터질 듯이 자리 잡은 감자 샐러드! 여기에 빨간색 케첩을 크로켓 속에 '쑤욱' 넣어주시던 아주머니의 센스! 뜨거워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가끔 입이 데기도 했지만 수다를 떨며 먹었던 그 맛은 그때의 추억을 소환한다.
'응답하라 감자 크로켓!'
나에게 우리 모두에게 지금 존재하지 않는 부재는 특정한 음식이나 장소, 노래, 영화 등 어떠한 것으로도 기억을 호출해 그 사람이나 추억을 존재하게 만들어 놓는 신비한 힘을 가졌다.
PS.
'바닷마을 다이어리'처럼 음식이 자주 등장하는 영화를 뽑으라면 단연코 이안 감독의 '음식남녀(1994)'일 것이다.
어머니의 부재 속에 요리사인 아버지의 현란한 요리 솜씨를 엿볼 수 있는 영화이다. 매주 일요일 세 딸과의 만찬을 준비하는 아버지의 요리는 마치 요리 방송을 보고 있는 듯 다채롭고 아름답다.
1990년대 타이완의 모습과 우리가 흔희 접할 수 없는 중국 음식을 엿볼 수 있으며 특히 '천장지구天長地久' 오천련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다시 영화 속으로 들어가 1990년대의 추억과 조우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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