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01.말-064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사람들
"아빠, 옷 젖었어?"
"아니… "
작가는 비 오는 날, 어린 자녀와 부모가 우산을 맞잡은 모습을 지켜보면 부모의 존재의 역할과 숙명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내리사랑'이란 말이 있다. 부모의 자식에게 향한 조건 없는 사랑을 의미한다. 이전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어느 부모의 인터뷰 내용이 떠오른다.
"만약 부모님이 입원하셨다면 이렇게 매일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90년대 IMF와 맞물러 아버지에 대한 존재가 부각되던 그 시절 김정현 소설의 '아버지'에서 그려지던 그 당시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펑펑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딸이 지망하는 서울대 영문과 정원이 35명이라는 것을 알고 1년 동안 버스를 타도 35번 뒷 번호의 좌석에는 앉지 않을 만큼 남모르게 정성을 들이는 수고로움을 감수한다.
그리고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다리가 아픈 아들을 위해 눈이 올 때마다 그 길을 쓸던 젊은 시절 한지민에서 치매로 입원한 요양원에서 손이 다 얼어붙도록 눈을 쓰는 김혜자까지. 아들 안내상은 과거 모질던 엄마의 사랑을 이제야 알게 되는데
'엄마였어. 평생 내 앞에 눈을 쓸어준 게'
그럼 '내리사랑'의 반의어는 뭘까? '치사랑'이란 말이 있다. 나에게는 고등학교 친구인 정**이 있는데 그녀는 어릴 적부터 치사랑을 몸소 보여줬다. 맛있는 거, 좋은 거, 예쁜 거 등 어떤 거라도 부모를 위해 아낌없이 쏟아부었는데 어느 날 너무 일찍 하늘로 가 버리신 그녀의 어머님 장례식에서 너무나 슬퍼하던 친구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자식을 낳고 키우면서 이제야 조금씩 부모님을 이해하고 아주 조금씩 부모의 무게를 느낀다. 어린 기억 시절 힘들었던 집안의 여러 번의 고비를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모친은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였을 텐데 그 아픔과 힘듦을 어떻게 견뎌내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눈물이 핑 돈다.
PS. 치-사랑
치의 사전적 의미: '위로 향하게' 또는 '위로 올려'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치사랑은 파생어로 하나의 단어로 사용하며 반의어는 내리사랑이다.
관련 단어
치켜뜨다
치켜들다
치켜세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