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01.말-066 헤아림 위에 피는 위로라는 꽃

# 헤아림 위에 피는 위로라는 꽃
'심야식당深夜食堂'은 앞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종이 달'에 이어 등장한 3번째 일본 영화인데 아베 야로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로 중국에서는 드라마와 영화로 각각 리메이크되었다.
자정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이 심야식당은 각자의 사연을 가진 손님들이 등장하며 그 사연은 음식을 통해 힐링의 시간을 갖는다.
손님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쏟아내지만 영화의 중심인 마스터는 '입'이 아닌 '귀'의 자세로 그들을 대한다. 그는 타인을 향해 섣부른 위로를 하지 않는데 오늘도 그들을 향해 이렇게 묻는다.
"늘 먹던 거로?"

2020년 5월 말에 종방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 흔한 막장이라는 요소도 '응답하라 1997과 1988'에서 보여준 복선도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 참 착한 드라마이다.
20년 지기 5명의 우정을 사랑스럽고 밝은 이미지로 그려내 보는 내내 즐거움을 준다.
유일한 이성인 채송화 캐릭터는 친구들과 후배들이 찾는 심야식당과 같은 편안함을 제공하는데 그녀는 심야식당의 마스터보다 더 섬세하게 귀를 열고 가슴으로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송화라는 심야식당은 그들의 편에 서서 잘 익은 언어를 적정한 온도로 전달하기에 경청과 헤아림을 버무린 효용을 발휘한다. 이 드라마에서도 5명 지기들의 식사 장면이 늘 노출되는데 그들만의 힐링 타임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친구가 내 힘든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해서
그 친구가 내 고민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줄 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들어준다는 것 자체가 고맙고 그것이 위로가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 다가와 자신의 힘든 이야기를 한다면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먼저 진심으로 들어주세요.
-혜민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