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언어의 온도 01.말-076 여행을 직업으로 삼은 녀석

judy663 2020. 7. 13. 12:23

# 여행을 직업으로 삼은 녀석

'버킷리스트 bucket list'라는 말이 있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을 얘기하는데 이 버킷리스트 내용물 속에 여행이라는 단어는 아마 빠지지 않는 필수 아이템이 아닐까 한다.

미얀마 한국어 지도


'후지와란 신야'란 작가는 일본의 유명한 여행작가이자 사진가이다. 그는 24살 인도 여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어린 눈을 가지고 사진을 찍으며 책을 집필한다고 한다.

그는 아무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NO라고 과감히 얘기하며 무일푼이라도 본인이 원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뛰어든다고 밝혔다.

그는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특수한 경우라고 밝히며 모든 사람들이 본인과 같다면 세상을 굴러가지 않을 거라고 전하며 현실에서 80을 포기하더라도 20은 본인이 원하는 것을 갈구하고 '자기다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작가는 대학 졸업반 시절 業업으로 삼고 싶은 일을 얘기하던 중에 어느 친구가 한 말을 떠올렸다.
"난 여행을 직업으로 할 거야"

그리고 몇 년 뒤 그 친구는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현실을 택한 대부분의 친구들과 달리 정말 본인의 말을 실행에 옮기고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후지와야 신야의 말처럼 80의 현실과 20의 이상 사이의 자기다움에서 나는 운 좋게도 지금까지 20의 현실과 80의 이상 속에서 살아오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業을 하고 있고 여행은 지금까지 삶 속에서 일상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는 설렘을 선사해 줬다.

작년 여름 미얀마로 떠난 여행은 나의 버킷리스트에서 미얀마를 지우지 못한 채로 다시 가보고 싶은 미얀마 2라는 목록으로 남아있다.

미얀마 국기


미얀마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2006년 양곤에서 수도를 네피도를 옮겼고 2010년 11월 미얀마연방공화국(Republic of the Union of Myanmar)으로 개칭하였다. 미얀마는 다민족 국가인데 모두 135개의 민족이 살고 있으며 그중 버마족이 가장 많아서 지금까지도 버마로 불린다. 그리고 미얀마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아 난민이 된 로힝야 족도 미얀마의 소수민족 중에 하나이다.


2019년 여름 미얀마 바간 파고다에서



# 바간-미얀마의 첫 통일 왕조(11-13세기)
바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도시 전체가 불탑과 사원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과거 5000곳의 파야가 지진 등의 파손과 훼손되어 3000곳이 남지 않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2019년 여름 바간을 찾았을 때 사원 위에서 일몰과 일출을 구경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고대 대부분의 국가들이 국책 사업으로 사원이나 불탑을 건립했던 것과 달리 미얀마는 불심으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쌓아올린 사원이나 불탑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2019년 여름 미얀마 만달레이 싱뷰메 사원에서


#만달레이-미얀마의 마지막 왕조인 콘바웅 왕조의 수도
세 차례에 걸린 영국-버마 전쟁과 일본의 침략으로 도시가 많이 훼손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곳곳에 유적지가 넘쳐났다. 가이드 말을 빌리자면 바간과 만달레이는 각각 다른 왕조의 고도였기 때문에 불탑의 양식과 구조는 차이를 보인다고 했는데 바간은 좀 더 자연 친화적인 멋이 난다면 만달레이는 화려한 느낌이 들었다.
눈이 부시게 새하얀 이 아름다운 '싱뷰메 사원'은 바자도 왕이 아이를 낳다가 죽은 싱뷰메 공주를 위해 만든 사원이라고 한다. 사원을 관람할 때 신발을 모두 벗어야 하는 미얀마에서 뜨거운 햇살과 어울려 발에 불이 났던 강렬한 느낌이 남아 있는 사원이다.

2019년 미얀마 양곤 쉐다곤 파고다에서



# 양곤-미얀마의 옛수도로 정치·경제 활동의 중심지
미얀마 사백만 사원중에서 미얀마를 상징하는 '쉐다곤 사원'은 쉐는 금, 다곤은 사원을 의미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불심과 보시의 힘으로 이루어낸 황금사원이다. 불교신자가 90%에 달하는 미얀마 인들의 정신적 지주라고 한다. 외국인들과 달리 현지인들에게는 무료 개방되어 참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찾은 날이 평일임에도 사원 곳곳에서 기도를 올리는 현지인들이 적지 않았다. 과거 화려했던 미얀마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기도하며 사는 그들에게서 맑은 기운이 느껴졌다.

미얀마를 다녀온지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다 되어간다. 19세기와 21세가 혼재해 있던 그곳, 눈이 마주치면 늘 웃어주던 순순한 미소들, 어느 곳에서도 파야와 파고다를 볼 수 있었던 바간의 모습은 미얀마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다.
2020년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지금 그때 떠날 수 있었음에 행복했으며 다시 설레임으로 떠날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린다.

TIP. 파야와 파고다
파야: 탑의 내부로 들어갈 수 없고 사리나 유물을 모시는 기능만 하는 탑
파고다: 탑 내부로 들어갈 수 있고 사원과 사리탑의 기능을 겸하는 탑
하지만 미얀마에서는 혼용해서 사용한다.

PS. 여행을 망설이는 그대에게

우리는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요!"라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함으로써
그 일을 진짜 어렵게 만듭니다.
그냥 하십시오.

-혜민 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