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언어의 온도 01.말-089 희극과 비극

judy663 2020. 8. 4. 21:22

# 희극과 비극

<찰리 채플린, 출처 네이버>



"그 친구는 남을 배려할 줄 몰라."
"난 말이지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않아. 난 말이지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않는 사람이지."

작가는 기차 안에서 ‘남을 배려할지 몰라’를 연거푸 내뱉으며 통화 중인 어느 사내를 향해 자기 성찰의 고뇌와 더불어 큰소리로 승객들에게 배려의 의미를 모두 성찰하는 만드는 상황을 흡사 개그 콘서트와 같은 장면으로 언급했다. 이 무슨 웃지 못할 희극적인 상황인지.

블랙 코미디(Black Comedy: 잔혹하고 기괴하고 통렬한 풍자를 내용으로 하는 희극)의 대명사 찰리 채플린이 남긴
'세상사는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이 말이 어쩜 꼭 들어맞는 상황이다.

영화<인생은 아름다워(1997): 감독 로베르트 베니니 출연 로베르트 베니니, 니콜레사 브라스키>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La vita è bella, 1997'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간직된 영화로 로베르트 감독이 '귀도'역과 각본을 모두 담당했으며 그 아내가 영화 속 '도라' 역을 맞아 열연했다.

영화의 앞부분은 이탈리아 시골에서 친구와 상경한 귀도가 도라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시작되는 그들의 이야기가 웃음과 함께 전개되며 영화의 뒷부분은 아들 조수아의 생일날 포로수용소를 끌려가는 비극을 조수아 가슴에 희극으로 남겨놓은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을 보여준다.

영화<인생은 아름다워> 중에서


영화 중반부의 시점은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무렵인 1945년으로 독일군이 이탈리아를 점령하면서 유태인인 귀도와 아들 조수아의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고 귀도는 엄마 도라처럼 긴장하면 딸꾹질을 하게 되는 아들을 위해 이 모든 상황을 조수아가 가장 좋아하는 탱크를 받을 수 있는 게임이라고 소개하게 된다.

“조수아! 우린 지금 게임을 하는 중이야. 아빠 말 잘 듣고, 끝까지 잘 숨어 있으면 점수가 올라가는 거야!”

영화<인생은 아름다워> 중에서


영화의 마지막 도라를 찾아 헤매던 귀도는 잡혀가는 순간 조수아가 숨어있던 작은 창고의 틈을 통해 두 사람은 미소 가득한 윙크를 나누게 되고 귀도는 삶의 마지막까지 조수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게임을 하는 척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걸어간다. 그 뒤 몇 번의 총성을 뒤로하고 귀도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도라를 찾으러 가기 전 귀도는 작은 창고에 조수아를 숨기며 신신당부를 잊지 않는다.

“조수아, 바깥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나오면 안 돼. 모든 게 다 조용해진 다음에, 그때 나와야 해.
그래야 우리가 1등을 할 수 있어, 알겠지!”

영화<인생은 아름다워> 중에서

이것이 제 이야기입니다.
제 아버지가 희생당하신 이야기,
그날 아버지는 저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셨습니다.


영화는 이 자막이 올라오면서 끝이 나는데 사실 이 영화는 베니니 자신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쓴 것이라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실제 수용소에서 3년의 시간을 견뎌낸 생존자였으며 그 트라우마로 힘들었지만 수용소에서의 생활을 마치 게임처럼 이야기해줬다고 한다. 귀도가 아들 조수아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유태인 학살이라는 엄청난 비극의 무거운 주제 앞에서도 아들 조수아에게는 아버지와 함께 나눈 즐거웠던 추억의 선물이자 어떤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본인의 의지가 있다면 '인생은 아름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영화 초반 친구 페루치오는 귀도에게 쇼펜하우어의 '의지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라는 말을 알려주는데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던 시절 귀도에게는 마술과 같은 '페루치오 효과'는 그가 가족을 지키는 주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지옥과 천국이 자신의 마음에 따라 결정되듯이 희극과 비극의 차이도 자신의 의지와 생각에 따라 그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잔잔히 알려준다.

영화<인생은 아름다워> 중에서

P.S. 오늘의 추천곡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호프만 이야기>
- 3막 '뱃노래 : 아름다운 밤, 사랑의 밤


-도라는 이탈리안 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귀도와 조수아를 위해 기차를 타고 유대인 포로수용소로 오게 되고 서로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귀도는 그들의 아름다운 추억이 깃든 이 노래를 크게 틀어 사랑하는 그녀에게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