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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한솥밥-문성해

judy663 2022. 4. 12. 07:30

# 한솥밥

기껏 사준 도시락을 남편은 가끔씩 산에다 놓아준다
산새들이 와서 먹고 너구리가 와서 먹는다는 도시락

애써 싸준 것을 아깝게 왜 버리냐
핀잔을 주다가
내가 차려준 밥상을 손톱만 한 위장 속에 그득 담고
하늘을 나는 새들을 생각한다

내가 몇 시간이고 불리고 익혀서 해준 밥이
날갯죽지 근육이 되고
새끼들 적실 너구리 젖이 된다는 생각이
밥물처럼 번지는 이 밤

은하수 물결이 잔잔히 고이는
어둠 아래
둥그런 등 맞대고
나누는 한솥밥이 다디달다

문성해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중에서


옛날 도시락, 출처 무료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