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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의자-이정록
judy663
2022. 5. 18. 07:30
# 의자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이정록<시집 의자>중에서
이정록 시인의 '의자'는 한국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로 2008년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