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흐르다-오직 혼자서 덤비는 눈빛
개와 늑대는 가장 근친관계에 있지만 눈빛은 사뭇 다르다. 개는 따뜻하지만 늑대는 쓸쓸하다.
개는 인간에게 따뜻함을 주며 귀엽지만 늑대는 인간에게 의연毅然하며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그래서 늑대는 주인과 함께 일지라도 항상 스스로 고독을 불러들인다.

사자의 눈은 늑대보다 더하다. 한없이 쓸쓸한 눈빛 속 고독으로 빨려들 듯하다. 강한 자의 눈빛은 쓸쓸하며 쓸쓸한 눈빛은 고독에서 비롯된다. 고독을 감당하는 놈이라야 강하다.
자신의 함량을 가늠하고 싶다면 무조건 익숙한 자신을 벗어나 보라. 자신을 지배하던 이념과 신념이 결부된다면 한없이 불안해져 버리는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고독은 그 고독을 자초自招할 수 있는 깜냥이 있는 이에게 비로소 고독 그 자체로 현현顯現한다.
장자는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으며 근거를 찾지도 않았다. 자기 자신만의 쾌락과 자신만의 의지에 근거했다.
익숙함으로 결별하고 정면으로 익숙함에 맞서 갈등 구조를 생산할 수 있는 이가 '영웅'이며 그런 이는 실로 귀하다.
모든 변화는 '갈등의 발주처發注處'이다. 모두가 안정되고 편안하며 따뜻함에 안주할 때 그는 혼자서라도 갈등의 구조로 들어 간다. 이에 영웅은 외롭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이 말은 철저히 인간계에서 한 말이다. 강산은 늘 변하고 있지만 인간은 10년 정도가 지나야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는 이들은 십 년을 기다릴 수 없다. 변화의 가락에 올라타려 할 때 보통 혼자이며 고독이란 부담을 기꺼이 떠안는다.
이 쓸쓸함 '고독'은 자초한 것이기에 이 '힘'을 가진 이들은 친구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 하지 않고 나아간다.
봄날처럼 따뜻하면서도 가을처럼 처연凄然하구나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
그래서 장자는 최고의 인격을 이렇게 표현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