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좋은 글-탄생-박현수
judy663
2022. 7. 22. 07:30
# 탄생
먼 길을 걸어
아이가 하나, 우리 집에 왔습니다.
건네줄 게 있다는 듯
두 손을 꼭 쥐고 왔습니다.
배꼽에는
우주에서 갓 떨어져 나온
탯줄이
참외 꼭지처럼 달려 있습니다
저 먼 별보다 작은
생명이었다가
충만한 물을 건너
이제 막 뭍에 내렸습니다.
하루 종일 잔다는 건
그 길이 아주
고단했다는 뜻이겠지요.
인류가 지나온
그 아득한 길을 걸어
배냇저고리를 차려입은
귀한 손님이 한 분, 우리 집에 왔습니다.
박현수, 시 전문지 <유심(2010)>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