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언어의 온도 01.말-029 말의 무덤, 언총言塚

judy663 2020. 5. 25. 19:17
경북 예천군의 '언총言塚'

# 언총言塚'

'언총言塚'이라는 이 낯선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단연코 난 없었다. 하지만 친절하신 인터넷님을 통해 이 말의 전설을 접할 수 있었는데 우리 조상님들은 어찌나 이렇게 지혜로우신지! 대략의 내용은 이러하다.

마을에 여러 성씨들이 모여 살고 있는데 문중들끼리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고 한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자꾸 큰 싸움으로 번지며 말썽이 잦자 사발 하나에 온갖 비방과 욕설을 담고 뒷산 '주둥개산'에 사발을 묻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언총인데 이 뒤부터는 이 마을에 싸움이 없어지고 평온해졌다고 한다.

충성스럽고 사랑스러운 개의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언총을 묻은 '주둥개산'도 개의 입 모양이고 개의 입에서 나온 말이 '개소리'란 의미니 이런 헤프고 거칠 말들을 주둥개산에 묻었다는 건 '개소리'를 금하고 말을 아끼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 글에서 작가는 수다가 그리운 날을 ‘입술 근육 풀기’라고 표현한다. 사실 글을 쓰는 작가라면 혼자만의 시간 속 사유를 통해 본인이 원하는 글을 써 내려 갈 것이고 그러다 보면 가끔은 수다가 그리운 날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수다와 말의 무덤 즉 ‘언총’이란 단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대적인 의미이다. 책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보다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말에는 지우개가 없다'는 말처럼 내가 던진 말들이 나의 소중한 사람의 가슴에 묻지 않길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새겨본다.

사실 우리가 자주 화제로 떠올리는 말들은 내가 주체가 아닌 다른 이가 주제가 되는 말들 즉 뒷담화가 비일비재하다.

어느 방송에서'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하지 말라'고 언급한 유재석의 말도 경종을 울린다.

작은 말 한마디의 힘을 아는 우리이기에 언총의 의미가 크게 다가 온다.

어릴 적 읽었던 신라 경문왕 설화 속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외쳤던 그 복두장이의 무거운 입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는 하루이다.

사람에게 하나의 입과
두개의 귀가 있다는 것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하라는 뜻이다.

-탈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