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의 시-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
길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언덕들은
네가 가야 할 길을 감추었다가 드러낸다.
길이 저 아래로 아득히 떨어지고, 너는 마치
희박한 공기 위를 걷는 것만 같다.
추락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길이 너를 받아 너의 발을 떠받쳐 준다.
네 앞에 놓인 길이 결국에는 언제나
네가 걸어야 할 길이었으며,
너를 너의 미래로 데려갈 길이었고,
너를 이 장소로 데려온 길이었다.
그 길이 때로는 네가 자신에게 한 약속을 무너뜨릴지라도
그 길이 도중에 너의 심장을 고통스럽게 할지라도.
너는 느낀다, 이 여행이 너 자신 깊은 곳에서 시작되어
하나의 깨달음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임을.
너 자신 안에 있기도 하고
너의 손길이 닿지 않는 먼 곳에 있기도 한
그 어떤 것을 위해 너는 위험을 무릅써 왔음을.
결국 네가 걸을 수 있는 유일한 길로
너를 다시 또다시 부른 그 무엇을 위해.
너는 남루한 사랑의 옷을 입고 걷는다. 밤이 되면
너의 목소리는 무사히 도착하기를 바라는 기도문이 된다.
그리하여 어느 날 너는 깨닫는다.
네가 원하던 것이 이미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음을.
길을 떠나기 전에 네가 살던 그곳에.
길을 따라 네가 내딛는 걸음마다
너의 가슴, 너의 생각, 너의 기대가 줄곧 너와 함께했으니,
처음에 너로 하여금 여행을 시작하게 하고
너를 끌어당긴 것이 바로 그것들이었다.
이제 너는 안다.
네가 도달할 수 있는 그 어떤 목적지의 금박 입힌 지붕들 보다도
너 자신이 더 경이로운 존재임을.
왜냐하면 너는 길을 발견하려는 단순한 소망을 가지고 떠났기에.
너는 줄곧 마지막 종착지가 황금으로 된 탑들과
환호하는 군중이 있는 도시일 것이라 상상했었다.
하지만 길의 마지막 모퉁이를 돌았을 때
네가 발견하는 것은 그저 하나의 단순한 이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너의 얼굴에 담긴 분명한 깨달음
그리고 또 다른 여행에의 초대장.
이 모든 것을 너는 한눈에 보리라.
네가 끝없이 찾아다닌 너 자신과 네가 있어야 할 장소를.
너에게 손짓하는 광활한 자유의 들판을.
또 다른 삶처럼 그렇게 계속 이어지는 길을.
데이비드 화이트
산티아고 순례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과 프랑스 접경에 위치한 약 800킬로미터의 가톨릭 순례길이다. 신자뿐 아니라 전 세계 여행자 누구나 꿈꾸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