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포함하여 어느 조직이나 붕괴 또는 쇠락의 기운이 감돌 때 가장 분명하게 등장하는 조짐 가운데 하나가 구성원들의 이탈이다. 그런데 이 이탈은 구성원들이 표면적으로 절절하게 자신이 속한 조직을 걱정하는 탓에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절절한 걱정이 바로 이탈 현상의 암묵적 표현임을 알 수 있다. 지식인의 몰락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지식인이 몰락하는 조짐은 자기가 배운 이론이나 지식의 틀을 진리화해서 그 틀로만 세계를 보고 덤비는 것이다. 자신이 믿는 한 가지 내용만 계속 이야기하는 이것은 사실 지식인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이탈해 있는 현상 이다. 자신의 주인 자리를 이론, 지식에 물려주고 자신은 정작 그것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조직이나 나라가 쇠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