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흐르다 39

경계에 흐르다-과거와 벌이는 전면적 투쟁

인간이 멸종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스스로 변화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다른 종도 죄다 변화의 명수明手들이라 할 수 있다. 변화하고 진보하는 일을 우리는 진화라고 한다. 결국 진화의 실패는 '변화의 실패'다. 진화는 미래를 향해 변화하는 일인데 반성이 먼저 뒷받침되어야 한다. 반성이라는 점화 장치를 통해 생물학적 진화뿐 아니라 정치적 진화도 실현된다. 논어에서 인격적 성숙을 위해 증자曾子가 '매일 세 가지 질문으로 스스로 반성하는 삶(吾日三省吾身)'을 살았던 것을 회자해 본다. 남을 위해 일함에 있어 진실로 성의를 다하였는가? 벗과 사귐에 있어 신의를 다하였는가? 스승에게 배운 바를 실천하였는가?" 중국 고대 하나라 우임금 시대에..

경계에 흐르다 2021.03.30

경계에 흐르다-지성의 폐허

누구나 각자 가진 생각의 높이와 두께 이상으로 살 수는 없다. 이 사실은 국가, 산업, 정치 등 어느 분야에서나 적용된다. 생각의 정점頂點에 철학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철학이 고차원적인 사유 체계라 하더라도 그 고향은 당연히 현실 세계이다. 한반도에서 철저히 현실에 기반을 두고 가장 의미있는 지적 활동을 한 사상가를 뽑는다면 단연 '다산茶山 정약용'을 들 수 있다. '이 나라는 털끝 하나인들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다' 그의 이런 다급한 인식은 시들어 가는 조선을 되살리 려는 사명감으로 무장시켰다. 지식인이 자신의 사유를 시대에 대한 헌신으로 전환 했다는 점만으로도 그는 비범非凡하다. 다산의 방대한 독서량과 저술량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현실 인식에서..

경계에 흐르다 2021.03.25

경계에 흐르다-지식보다 지루함을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나 젊은 인재들이 예부터 집착하는 길 중에 '고시高試'가 있다. 대개 시험에 최적화된 영재들이 도전하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시를 통해 승승장구乘勝長驅의 길을 걷는 어떤 이들의 모습은 과연 그들에게 지위만큼 품격이나 덕은 반비례 하는 것인가 하는 강력한 의구심을 들게 한다. 우리의 영재는 대체 어떻게 길러진 것인가? 시험만 닥치면 어떤 일도 면제된다. 단지 성적만 좋으면 되는 '사람'으로 교육되지 못하고, '시험' 기계로만 길러진다. 우선 대학 합격만 예의는 그 다음으로 삶의 진정한 가치도 그 다음 공동체의 삶에 대한 의미도 그 다음 친절이나 착함의 위대한 힘도 그 다음 '본질'과 '기능'사이에서 우선 기능만 다듬고 서두른 결과이다. 우리는 인재라는 사람보다 '기계'를 양성해 냈다..

경계에 흐르다 2021.03.23

경계에 흐르다-너 자신을 알라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는 스파르타가 세운 '참주僭主'정권에 의해 지배된다. 민주주의 황금기의 막을 내린 아테네는 정치적 혼란 기로 접어드는데 끝없는 정치 투쟁, 도덕덕 해이解弛, 이론으로 무장한 지식인들의 궤변詭辯이 만연蔓延했다. 이때 소크라테스는 '국가라는 배는 누가 고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한계에 다다른 국가를 구조하려는 간절한 희망을 보였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델포이 신전에 적혀 있던 '너 자신을 알라'라는 구절을 자신의 핵심 주장으로 삼아서 아테네 인들의 정신을 돌보고자 했다. 소크라테스가 역설한 '너 자신을 알라'는 우리가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길은 논쟁, 인식이 아니라 자신의 주인으로 서 있어야 함을 깨닫는 것이 먼저임을 언급한다. 자신이 자신의 주인으로 존재하면 지..

경계에 흐르다 2021.03.18

경계에 흐르다-거칠고 과감하게

2002년 월드컵 준비 당시 히딩크 감독은 새롭고 독톡한 전략이 아닌 선수들의 체력에서 키우는 것에 가장 큰 중점을 뒀다. 이는 축구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 근본을 장악하면 나머지 것들은 다 그 안에서 통제되고 빛난다. 나라의 근본 체력은 '국방력'이다. 과학 기술, 국가관, 문화 수준, 나라의 비전, 정치력 등이 모두 국방력으로 귀결歸結된다. 나라의 체력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기국은 '조세 제도'이다. 국민의 의식 수준, 공정함, 행정 집행 능력 등이 모두 조세 제도의 운영으로 모여든다. 제대로 된 나라는 국방과 조세 제도가 튼튼하며 제대로 작동되는 건강함을 보인다. 이때 국가는 거칠고 강력하며 과감한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히딩크 축구가 보여준 축구는 거칠며 과감하게 판을 주도했다. 이는 강한 체..

경계에 흐르다 2021.03.16

경계에 흐르다-무엇부터 할 것인가

지금 대부분의 나라들은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 사이에 일어난 시민혁명의 결과로 형성된 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앞선 나라들이라고 칭하는 나라들은 시민계급을 먼저 성숙시킨 나라들이다. 시민계급의 형성은 그 주체의 경제력 유무가 큰 역할을 한다. 자본의 축적 다음으로 계급적 책임성을 들 수 있다. 시민계급을 위주로 하는 현대 국가에서는 책임성을 자각하는 성숙된 시민의 존재 여부가 그 국가의 수준을 결정한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 나름대로 사회적 책임성을 드러내며 정치 활동을 하지만 대부분 주체적 책임성보다는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이념에 대한 맹목적 신봉信奉에서 나오는 책임성인 경우가 많다. 이는 멀쩡한 이들도 정치권에만 들어가면 이상해져 버리는 것이..

경계에 흐르다 2021.03.09

경계에 흐르다-이탈자들

나라를 포함하여 어느 조직이나 붕괴 또는 쇠락의 기운이 감돌 때 가장 분명하게 등장하는 조짐 가운데 하나가 구성원들의 이탈이다. 그런데 이 이탈은 구성원들이 표면적으로 절절하게 자신이 속한 조직을 걱정하는 탓에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절절한 걱정이 바로 이탈 현상의 암묵적 표현임을 알 수 있다. 지식인의 몰락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지식인이 몰락하는 조짐은 자기가 배운 이론이나 지식의 틀을 진리화해서 그 틀로만 세계를 보고 덤비는 것이다. 자신이 믿는 한 가지 내용만 계속 이야기하는 이것은 사실 지식인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이탈해 있는 현상 이다. 자신의 주인 자리를 이론, 지식에 물려주고 자신은 정작 그것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조직이나 나라가 쇠퇴..

경계에 흐르다 2021.03.03

경계에 흐르다-모르는 곳으로

인류 역사에 등장했던 위대한 탐험가들은 대부분 서양인들이며 '탐험'이란 주제에 동양인의 자취는 다소 흐릿하다. 서양에서 직업 탐험가가 존재한 역사가 있으나 동양에서는 찾기가 어렵다. 탐험에 가장 가깝게 '모험'이란 단어가 있다. 탐험과 모험 모두 위험에 접촉하는 거칠고 과감한 기질이 관련된다. 익숙한 것들은 편안하고 안전하며 반면 익숙하지 않은 것들은 생경生硬하고 모호模糊함에서 오는 불안을 느낀다. 어쩔 수 없이 탐험가들은 익숙함을 오히려 답답해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 익숙함과 결별하는 용기가 없다면 모험은 불가능하다. 새로운 세계를 여는 필수불가결不可缺한 행위가 바로 이 '모험'인 것이다. 따라서 모든 창의적 행위는 탐험과 모험의 결과이다. 인간이 발명한 것 가운데 행위를 통제하고 지배하는 ..

경계에 흐르다 2021.02.25

경계에 흐르다-이利익을 논하라

인문학이 유행이다. 그러나 인문학 지식을 아무리 쌓아도 인문적 시선으로 세계를 보고 관리, 인도하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별무소용別無所用이다 소위 철학, 인문학, 예술, 문화로 불려지는 것들은 세상사의 소용이나 이익과 단절되어야 더 빛나는 것으로 치부하는 소극적 인식이 팽배하다. 이는 이런 것들이 빚어내는 큰 이익을 간과看過한 탓이다. 이익과 명분 사이에서 이익을 선택하는 것은 천하고 도덕적 명분을 선택하는 것은 귀하다는 인식은 '맹자孟子'의 한 구절을 치우쳐 읽는 데서부터 나온다. '맹자'의 첫 페이지를 보면 맹자가 양나라에 이르자 왕이 반기며 말한다. '내 나라를 이롭게 해주시려 천 리도 멀다 않고 와 주셨군요.' '왕께서는 왜 이익만 말씀하십니까? 인의仁義 도 있지 않습니까?' 이는 이익만을 추..

경계에 흐르다 2021.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