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집 11

윤동주 시집-PART1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별 헤는 밤

# 별 헤는 밤(1941.11.05)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追憶)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윤동주 시집 2022.01.14

윤동주 시집-PART1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참회록

# 참회록(1942.01.24)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_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한다. _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영화 동주 '참회록' 강하늘 낭송 참회록은 시인 윤동주가 국내에서 쓴 마지막 시이다. 당시 일본 유학의 필수조건이었던 창씨 개명을 닷새 앞두고 있었던 시인의 참담하고 괴로웠던 심정을 글 속에 담아냈다.

윤동주 시집 2021.12.15

윤동주 시집-PART1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사랑스런 추억

# 사랑스런 추억(1942.05.13)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_ 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_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님이 일본 동경 유학중(1942~1945)에 느낀 삶에 대한 회의와 소망을 표현한 작품이다. ..

윤동주 시집 2021.12.10

윤동주 시집-PART1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눈 오는 지도

# 눈 오는 지도(1941.03.12)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힌다. 방안을 돌아다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장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 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나려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 나서면 일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나리리라. 하냥: 늘 (전북, 충청, 평북 방언) 윤동주 시인의 시에 가끔씩 등장하는 '순이'는 ..

윤동주 시집 2021.11.24

윤동주 시집-PART1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십자가

# 십자가(1941.05.31)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윤동주 시집 2021.11.15

윤동주 시집-PART1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무서운 시간

# 무서운 시간(1941.02.07)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 있소. 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이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 나를 부르지 마오. '무서운 시간'은 윤동주 시인이 일제강점기 말기(1941년)에 쓴 시이다. 당시 민족 말살 정책으로 암울한 시대에 소명 의식을 느끼지만 시를 쓰는 일 이외에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는 자신의 부끄러운 심경을 나타낸 시이다.

윤동주 시집 2021.11.08

윤동주 시집-PART1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새로운 길

# 새로운 길(1938.05.10)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윤동주 새로운 길 동요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653216&cid=59416&categoryId=59416#TABLE_OF_CONTENT1) 새로운 길 [ 1. '새로운 길' 음악 듣기] (동영상 출처 : 초등 교과서 음악) [ 2. '새로운 길' 가사] 내를 건너 숲으로 가자 고개 넘어 마을로 가자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은 새로운 길 민들레 씨가 피고 terms.naver.com

윤동주 시집 2021.11.04

윤동주 시집-PART1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소년

# 소년(1939)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_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_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소년(1939) 시는 윤동주가 연희전문을 다닐 때 작성한 시이다. 소년 시에서 '슬픈 (가을) , 단풍, 순이'의 단어는 조국의 상실감과 회복에 대한 기원의 그리움을 나타낸다.

윤동주 시집 2021.10.25

윤동주 시집-PART1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돌아와 보는 밤

# 돌아와 보는 밤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비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 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지식채널e-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윤동주 ■ '돌아와 보는 밤' 간단 소개 윤동주 시인의 1941년 6월 작품으로 연회 전문 학교 재학 당시 쓴 시이다. 1941년은 조선어 사용이 전면 금지되는 시기이며 시에서 압박감, 절망감, 갈등 등이 느껴진다.

윤동주 시집 2021.10.20

윤동주 시집-PART1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자화상

#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영화 '동주' 자화상

윤동주 시집 2021.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