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36

언어의 온도02.글-138 라이팅은 리라이팅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일은 고치는 행위의 연속일 뿐이다. 좀 더 가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찾아낼 때까지 펜을 들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지루하고 평범한 일에 익숙해질 때, 반복과의 싸움을 견딜 때 글은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언어의 온도 140쪽 '라이팅은 리라이팅' 중에서- 매주의 주어진 주제로 글을 써나가는 과정은 거창하게 말해서 불교에서 말하는 화두 같은 존재이다. 나에게 진정 쉽지 않은 숙제와 같다. 글을 쓴다는 건 작가의 말처럼 쓰고 다시 쓰는 과정의 반복인 듯하다. 다독과 견문을 넓히는 노력은 물론이고 글을 완성하기 전 끊임없이 쓰고 고치는 과정은 아마 좀 더 만족하는 글을 내놓기 위한 부단한 노력일 것이다. 대개 대부분의 것들은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처음의 어색함과 어설픔으로 시작된..

언어의 온도 2020.11.30

언어의 온도02.글-134 대체할 수 없는 문장

왜 작가는 이글의 제목을 대체할 수 없는 문장이라고 했을까?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는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이 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대개 정답은 글 속에 있기에 말이다. 다른 문장으로 대체할 수 없는 덜 하지도 더 하지도 않은 바로 '딱 너야'라는 느낌이 드는 문장이 아닐까라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이건 마치 어떤 일이나 물건 등에 붙이는 대명사를 찾아 떠나는 과정과 같지 않을까 싶다. 천재의 대명사 아인슈타인 발명왕의 대명사 에디슨 천재 음악가 하면 모차르트 불멸하면 이순신 장군 시인하면 윤동주처럼 말이다. '백 년을 살아보니' 저자 김형석 교수님은 평양 숭실중학교 재학 시절 같은 반 친구이자 형이었던 윤동주는 중학교 시절부터 시를 즐겨 쓰던 맑은 영혼의 친구라고 회상했다. 윤동주의 본격적인 시..

언어의 온도 2020.11.10

언어의 온도02.글-130 대체할 수 없는 존재

세상에서 대체할 수 없는 존재란 과연 무엇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답변이 존재할 테지만 '부모'란 존재는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1970년대 일본 병원에서 아이가 바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아이들이 6세가 되던 해에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이야기는 성공한 직장인 료타 가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직장에서는 빈틈을 보이지 않는 철저함으로 성공 가도街道를 달리고 있으며 가정에서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외동아들 케이타를 교육하고 있다. 다른 한 가정은 삶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유다이 가족이다. 그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전자 상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규칙이라는 둘레보다 류세이를 포함 한 세 아이의 눈높이..

언어의 온도 2020.10.27

언어의 온도02.글-128 눈물은 눈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아련한 그 시절 극장에서 '러브레터'를 보고 나오는 길 촉촉하게 감성이 차 올랐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눈이 잘 내리지 않는 부산에서 접했던 하얀 배경들로 가득한 그 설경들, 첫사랑 가득한 추억들은 지금까지 우연히 러브레터의 OST를 듣게 되는 날이면 자연 반사적으로 그때의 감성을 소환시켜 버린다. 2020년을 살아가는 지금 다시 보게 된 영화 '러브레터'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처럼 추억의 보물창고와 같은 느낌이다. 메신저의 지극한 보편화로 화석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손편지, 직접 손으로 이름을 기재했던 도서 대출증, 칠판 아래 그날의 당번을 쓰고 지우던 추억들. 영화를 보는 내내 1999년 처음 이 영화를 보았던 20대에 느끼지 못했던 아날로그 삶이 가져다주었던 마법 같은 행복을 떠올렸다..

언어의 온도 2020.10.16

언어의 온도02.글-125 사람을 살찌우는 일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 -르네 데카르트 (1596-1650) 프랑스 수학자, 철학자-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다시 한번 더 새삼스럽게 독서의 힘을 느낀다. 독서의 힘은 모두가 동감하는 바이지만 이건 마치 운동과 식이요법이야 말로 최고의 건강한 다이어트 비법이라는 것을 알지만 실천하지 않는 것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독서에 관한 일화 몇 개나 인물 몇 명쯤은 이미 알고 있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에디슨을 발명왕으로 이끈 에디슨의 독서 시작은 어머니의 책 읽어주기로 시작되었으며 그 후 그는 도서관 가로세로를 모두 읽었을 정도로 발명왕 이전에 독서왕이었다. 그리고 빌 게이츠의 '동네 도서관이 나를 만들었다'는 말처럼 그는 하바..

언어의 온도 2020.10.08

언어의 온도02.글-123 어머니를 심는 중

하관下棺 이제, 다시는 그 무엇으로도 피어나지 마세요.지금 어머니를 심는 중..... 중에서 책에서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 '지금 어머니를 심는 중'이라는 글귀가 한참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번 글은 어떻게 써 내려가야 할까 생각하다가 다시 책을 펴고 이 시를 읽었다. 그러다 '하관下棺'이란 이 시의 전문全文을 읽고 싶어 찾았는데 그랬는데 진짜 이 길이가 끝이었다. 설마 해서 다시 몇 개를 찾아보았지만 진짜 1행으로 끝낸 짧고 강렬한 전달이었다. 사실 처음 시를 접했을 땐 긴 시의 일부분을 떼어 온 거라고 암묵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단지 2줄이라는 확인 후에 다시 접하게 된 시에서 주체할 수 없는 애잔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계속 그 두 문장을 바라볼 때마다 그 긴 여운을 간직한 어휘들로..

언어의 온도 2020.09.24

언어의 온도02.글-117 누군가에겐 전부인 사람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잖아~옷깃만 스쳐도 우린 느낄 수가 있어~ ' (도시 아이들의 텔레파시 가사 중에서) 21세기 2020년을 살아가는 나의 뇌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시기에 흘러나왔던 이 노래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각설却說하고 여기에서 눈빛은 김춘수 님의 시 '꽃' 마지막에 언급되는 눈짓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

언어의 온도 2020.09.08

언어의 온도02.글-115 긁다, 글, 그리움

긁다 글씨로 긁으면 글이 되고,모양으로 긁으면 그림이 되고,마음으로 긁으면 그리움이 된다고 말했다.생각으로 긁고 마음으로 긁는다.그저 흘러가버릴지 모를 그리운 것들은각인하기 위해 긁는다. 시집 '긁다'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렵다, 바가지, 카드, 머리' 등 지극히 속세적인 말들이 연상된다. 그렇지만 작가님들의 머릿속은 문학적인 의미로 가득하다. 글이 긁다에서 파생했을 모른다는 시각으로 생각을 종이에 긁으면 글이 되고 생각을 화폭에 담으면 그림이 되며 마음으로 긁으며 그리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긁다刮라는 단어로 '쓰다, 그리다, 그립다'로 의미를 확장해 가는 그들의 표현 능력이 참으로 아름답다. 마음으로 긁어서 만든 '그리움'이라는 단어는 각각의 사람들에게 각양각색으로 다가올 것이다. 문득 과거 어느 시..

언어의 온도 2020.09.03

언어의 온도01.말-108 애지욕기생

# 애지욕기생 '애지 욕기생?!' 한글만 두고 본다면 무슨 뜻인지 도대체 감이 오지 않는다. 그 옆에 살포시 한자가 덧붙여진다면 아주 대충이라도 그 뜻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말의 반대말은 '오지 욕기사 惡之, 欲其死'인데 좋아한다와 반하는 말이니 그 뜻은 '싫어하면 그것이 못되기를 바란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접하고 있는 많은 말들 중에 애지 욕기생처럼 '온고지신溫故知新, 과유불급過猶不及' 등 '논어'에서 온 말들이 부지기수다. 사극을 봐도 사서삼경을 논하는 과정에 논어가 한 번씩은 언급되며 소싯少時적 역사책, 한자 시간에도 정말 많이 들어본 책이지만 막상 논어에 대해 아는 것은 아주 간단명료하다. 공자 사후에 그의 제자들이 그의 이야기를 엮었고 거기 제자들의 이야기도 조금 포함되어..

언어의 온도 2020.09.01

언어의 온도01.말-105 부모와 자식을 연결하는 끈

역사책 속 천재 화가 김홍도와 미인도 신윤복을 제쳐두고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화가는 대향大鄕 이중섭이 아닐까 한다. 그는 1916년 평안남도 평원 출생으로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중섭, 백 년의 신화'를 부산 시립미술관에서 보고 온 기억이 난다. 이 전시회를 통해 '이중섭=소'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작가의 삶 속과 작품 속에 더 크게 자리 잡은 '가족'이라는 주제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중섭의 삶을 조금 들여다보면 그는 오산五山 고등학교 재학 시절 당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소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수많은 습작을 남겼다고 한다. 당시 오산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쳤던 스승 임용련은 미국 예일대를 졸업한 후에 프랑스에서 활동한 지극히 보기 드문 비 일본 해외파 예술가였다. 중섭의 재능을 알..

언어의 온도 2020.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