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유 8

내 안에서 찾은 자유-장자-제1편 소요유逍遙遊-송나라 사람의 비방

# 송나라 사람의 비방 宋人的秘方 송나라에 특별한 약을 만드는 비방을 아는 가문이 있었다. 겨울에 이 약을 바르면 신기하게도 손이 트지 않았다. 그래서 이 가문의 사람들은 대대로 빨래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어느날 지나가던 나그네가 이 소문을 듣고 큰 돈을 주고 이 약의 비방을 얻었다. 비방을 알아낸 나그네는 오나라 왕을 찾아가 이 약을 전쟁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다며 그 비방을 바쳤다. 당시 오나라와 월나라는 수대에 걸쳐 전쟁중이었고 약의 비방은 얻은 오나라 왕은 겨울에 수군을 출동시켜 월나라에 크게 승리하였다. 오나라가 승리를 거두자 약의 비방을 바친 나그네는 영지領地를 받고 부귀와 권세를 누렸다. 📋약의 비방은 똑같이 알고 있었지만 어떤 이는 비방으로 대대손손 빨래를 하며 지냈지만 다른 이는 같은..

내 안에서 찾은 자유-장자-제1편 소요유逍遙遊-쓸모없는 가죽나무

# 쓸모없는 가죽나무 無用的樗樹 혜시가 장자에게 말했다. "내게 가죽나무라는 큰 나무가 있네. 이 나무의 굵은 줄기는 울퉁불퉁하며 작은 줄기는 구불구불 생겨 목수가 거들떠보지도 않네. 지금 자네의 말도 이 나무처럼 크기만 해서 누구도 자네 말을 들으려 하지 않을 걸세." 그러자 장자가 대답했다. "가죽나무가 크고 쓸모없다고 하지만 이 나무를 광활한 벌판에 심고 그 나무 아래에서 쉰다면 얼마나 시원하고 편하겠나? 별다른 쓸모기 없다면 베어갈 사람도 없겠군“ 📋 가죽나무는 쓸모가 없으니 베어가는 이도 없다. 나무 입장에서 보면 이 '쓸모없음'이 가장 큰 쓸모다. 가죽나무의 자유로움은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가로이 나무 그늘에서 쉬는 것 이 자유롭게 노니는 사람이라 여긴다. 그러나 나무에 의존하려는 이..

내 안에서 찾은 자유-장자-제1편 소요유逍遙遊-고야산의 선녀

# 고야산의 선녀 姑射山的神女 멀고 먼 북쪽 바다에 고야산이 있다. 고야산에 신녀가 살고 있는데 이 신녀는 용모가 수려하며 오로지 바람과 이슬을 먹고 구름과 용을 타고 사해四海 밖에서 마음껏 노닌다. 그녀의 정기가 모인 곳에는 만물이 썩지 않고 곡식이 저절로 익는다. 그녀의 정기는 만물을 두루 덮기에 세상의 혼란함도 그녀의 눈에는 단지 드넓은 바다의 물거품처럼 보인다. 📋 광대한 우주에서 인간 세상의 혼란함은 금세 사그라지는 물보라와 같다. 도를 얻은 사람은 자연의 나고 사라지는 이치를 헤아리기 때문에 '공을 세우겠다'는 헛된 뜻을 품지 않는다.

내 안에서 찾은 자유-장자-제1편 소요유逍遙遊-천하를 거절한 허유

# 천하를 거절한 허유 許由不受天下 옛날 요임금이 허유許由에게 천하를 넘겨주고자 했다. 요임금은 허유가 거절할 것을 염려하여 이렇게 설득했다. 요임금曰 태양과 달이 떠올랐는데 계속해서 횃불을 들고 있을 이유가 없으며 단비가 내렸는데 굳이 밭에 물을 대는 것은 헛된 일이 아니겠는지요? 나보다는 선생님이 이 자리에 앉는 것이 맞습니다. 허유答 당치 않습니다. 작은 새가 둥지를 트는데 나뭇가지 하나면 충분하고 쥐가 개울에서 물을 마실 때 배를 채울 만큼의 물이면 충분하지요. 그대가 천하를 잘 다스려 왔는데 내게 임금이란 이름을 양보하겠단 건가요? 허울뿐인 이름이 내게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 지혜에 통달한 이는 허울뿐인 이름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를 장자의 표현으로 하면 '성인은 명예를 추구하지 않는다'이..

내 안에서 찾은 자유-장자-제1편 소요유逍遙遊-바람을 타고 다니는 열자

# 바람을 타고 다니는 열자 列子御風而行 열자列子는 바람을 타고 돌아다닌다. 하늘을 가볍게 날아다니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그러나 도道를 가진 사람이 볼 때, 열자는 단지 발로 걷지 않을 뿐 돌아다니려면 바람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 또한 진정한 소요逍遙는 아니다. 📋장자가 소요유에서 말하는 핵심은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는 진정한 자유의 경지이다. 하늘을 날아다는 열자 역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바람'에 의지해야 하니 진정한 도에 이른 것은 아니다.

내 안에서 찾은 자유-장자-제1편 소요유逍遙遊-매미와 바다거북

# 매미와 바다거북 寒蟬和靈龜 세상에서 가장 수명이 긴 사람으로 알려진 팽조彭祖는 팔백 년을 살았다고 한다. 조균朝菌이라는 버섯은 아침에 생겼다가 저녁이 되면 죽는데 조균에게 한 달이란 시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다. 매미는 어떠한가. 매미는 봄에 태어나 여름에 죽거나 여름에 태어나 가을에 죽는다. 매미에게 사계절은 미지의 세계이다. 초나라 남쪽 바다에 사는 거북은 오백 년을 봄으로 삼고 오백 년을 가을로 삼는다. 또 먼 옛날 참죽나무는 팔천 년을 봄으로, 팔천 년을 가을로 삼았다. 우리는 조균과 매미의 삶은 짧다고 하고 바다거북과 참죽나무의 수명은 길다고 한다. 수명이 짧은 생물은 수명이 긴 생물의 삶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팔백 년의 수명을 누린 팽조도 바다거북이나 참죽나무에 비하면 턱없..

내 안에서 찾은 자유-장자-제1편 소요유逍遙遊-붕을 비웃는 참새

# 불을 비웃는 참새 小麻雀自鳴得意 참새가 구만 리 하늘 꼭대기를 날아가는 붕을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붕鵬 저 녀석, 구만 리나 되는 높은 곳까지 힘들게 날아갈 게 뭐람? 나는 땅에 있다가 날고 싶으면 날고 이렇게 풀밭과 숲 속을 마음대로 누리고 다니는 대단한 재주를 가졌지! 📋참새의 재주, 지식, 경지는 모두 붕鵬과는 다르다. 참새는 자신의 경지로는 결코 붕을 이해할 수 없기에 그를 비웃은 것이다. 사람은 각기 지닌 것이 다르다. 그러니 우리도 참새를 비웃을 필요가 없고, 붕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내 안에서 찾은 자유-장자-제1편 소요유逍遙遊-거대한 새

# 거대한 새 巨大的怪鳥 북쪽 바다에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살고 있었다. 몸이 어찌나 큰지 수천 리에 이르렀다. 어느 날 곤이 돌연 붕鵬이라는 거대한 새가 되었다. 붕의 등은 어찌나 넓은지 수천 리에 이르렀다. 날개를 펼지면 하늘에 검은 구름이 드리워진 듯했다. 비슷한 내용은《제해齊諧》란 책에서도 언급된다. 거대한 새가 된 붕은 여섯 달을 날아 남쪽 바다 천지天池에 당도하였고 쉴 수 있었다. 구만 리 하늘 꼭대기로 올라간 붕은 머리를 숙여 아래를 보았으나 보이는 것은 엷은 구름과 희뿌연 티끌뿐이어서 산, 강과 성, 집이 모두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다시 고개를 들어 멀리 내다보니 아득하게 펼쳐진 하늘만 보였다. 천지天池가 붕鵬과 혼연히 합쳐져 하나가 된 것이다. 📋 물에 얽매였던 곤은 새가 됨으로써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