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완장-최서림 # 완장 어떤 색깔이든, 완장이 채워지면 누구라 할 것 없이 늑대가 된다. 눈에 띄지 않는 완장을 찬 그들은 법의 테두리 밖에서, 도처에서, 킁킁거리며 어슬렁거린다. 시베리아 늑대만큼 재빠르게, 법 위에 올라타서, 법을 주무른다. 늑대에게 한번 찍혀서 물리기만 하면 그 누구도 벗어날 재간이 없다. 이미 죽은 시체까지 물어뜯는 늑대들, 완장이 벗겨지면 이빨 빠진 똥개가 된다. 최서림 시집 중에서 좋은 글 2022.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