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 문자가 없는 나라는 정신적 문화적 독립이 영원히 불가능한가? 이 문제는 충분조건은 아니라도 필요조건임은 분명하다. 문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기록 수단을 가진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훨씬 더 그 이상이다. 조선 역사에서 세종의 시대가 가장 돋보이는 이유는 혼천의, 간의, 자격루, 앙부일구, 측우기, 수표水標 등 수많은 발명품이 등장하였데 그중 '한글'의 창제는 세종이 문화적인 차원에서 사유할 수 있는 높은 시선을 가졌음을 나타낸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글은 또 하나의 발명품이 아니라, 모든 발명을 가능하게 하는 탁월한 시선의 높이를 보여준다. 자신의 문자를 사용하는 사람과 빌려 쓰는 사람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선善'이라는 한자를 한 번 보자. 우리에게 善이라는 한자는 착하다, 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