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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어떤 일생-천양희

judy663 2022. 6. 14. 07:30

# 어떤 일생

부판(蝜蝂)이라는 벌레가 있다는데 이 벌레는 짐을 지고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는데 무엇이든 등에 지려고 한다는데 무거운 짐 때문에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때 짐을 내려주면 다시 일어나 또 다른 짐을 진다는데 짐지고 높이 올라가는 것을 좋아한다는데 평생 짐만 지고 올라간다는데 올라가다 떨어져 죽는다는데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라는 병이 있는데 이 병은 시베리아 농부들이 걸리는 병이라는데 날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곡괭이를 팽개치고 지평선을 향해 서쪽으로 서쪽으로 걸어간다는데 걸어가다 어느 순간 걸음을 뚝, 멈춘다는데 걸음을 멈춘 순간 밭고랑에 쓰러져 죽는다는데

오르다 말고 걸어가다 마는 어떤 일생

천양희 <너무 많은 입>중에서

📚부판(蝜蝂)의 유래
유종원(柳宗元773~819 당나라) 이 이야기한 부판(蝜蝂)은 부판(負版)이라는 춘추전국시대 관직에서 유래한다.

부판(負版)은 나라의 토지 또는 예기(禮器) 등을 기록한 판을 짊어지는 관리였다고 한다.

유종원은 이 부판(負版)에 벌레(虫)와 합쳐서 무엇이든 짊어지기를 좋아하는 부판(蝜蝂)에 비유하여 탐욕스러운 인간을 지칭하게 되었다.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
(Hysteria Cyberiana)
의학 용어로 일종의 신경전환증으로 심리적 장애가 신체적 형태로 나타난다. 시베리아 지역
의 농부들에게서 증상이 나타나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출처 이창휘님 카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