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나에게살라고한다 6

나태주 엮음-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2.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선운사에서

#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 중에서

나태주 엮음-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1.너무 힘들지 마라 내가 네 옆에 있다-비망록

# 비망록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문정희 📋비망록 備忘錄 잊지 않으려고 중요한 골자를 적어 둔 것. 또는 그런 책자. 📎매양 매 때마다

나태주 엮음-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2.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봄길

# 봄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나태주 엮음-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2.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연서-프란체스카 도너리

# 연서戀書 이 세상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백 사람 있다면 그중에 한 사람은 나입니다. 이 세상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열 사람 있다면 그중에 한 사람은 나입니다. 이 세상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한 사람밖에 없다면 그 한 사람은 바로 나입니다. 이 세상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면 그건 내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입니다. 프란체스카 도너리 🪅 프란체스카 도너리(1900~1992) 이승만 박사의 부인되시는 분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이승만 박사가 미국에서 생활하던 당시에 만나 결혼하여 한국 국적으로 사셨다. 한국 성함은 이부란李富蘭으로 프란을 음차한 것이다. 젊은 시절 이승만 박사와 주고받은 편지 가운데 들어있던 문장이 바로 위의 글이라고 한다. 형식과 문장은 단순하고 짧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