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법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하늘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손으로 가리키는 미야자와 리에의 모습은 ‘그녀가 그토록 원한 건 무엇이었을까?’라는 '종이 달'의 문구와 어우러져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동명 소설이 원작인 영화 ‘종이 달’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배경은 1995년의 일본이다. 영화의 내용은 리카의 어린 시절과 1995년 현재로 나뉜다. 각각의 시간 속에서 리카는 두 남자에게 도움을 주는데 여고생 리카는 아버지의 지갑에서 훔친 돈으로 5살 남자아이에게, 은행원 리카는 은행에서 횡령한 돈으로 대학생 코타를 도와준다. 그들의 존재는 리카가 행위하도록 하는 원동력이었다.
작가는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위의 포스터 화면을 언급하는데 리카가 손으로 가리킨 건 다름 아닌 '초승달'이었다. 그는 그녀가 마치 '훔친 돈으로 누리는 행복도 행복일까, 가짜 행복일까?'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첫 번째 의문: 왜 '보름달'이 아니고 '초승달'인가?
그 내용은 책에서도 언급되는데 과거 사진관이 처음 등장할 무렵 일본에서는 사진관에서 '초승달 모양의 가짜 달'을 매달고 그 아래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조금은 긴장된 행복한 얼굴로 가족 또는 연인과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겼을 것이다. 여기서 비롯된 ‘종이 달’은 가족, 연인과 보낸 ‘가장 행복한 한때’를 의미하는데 일본에서 초승달은 무언가의 시작을 나타내는 좋은 의미라고 한다.
두 번째 의문: 종이 달은 무슨 의미인가?
리카에게는 여고 시절과 1995년의 두 남자는 종이 달의 존재인데 이전 사진관에서 종이 초승달을 위에 두고 사진을 찍었듯이 리카도 그 순간 만들어진 행복 안에 있었던 것이다. 작가가 언급한 '비슷하기는 하지만 가짜인 것을 의미'하는 사이비似而非처럼 리카도 사이비 행복을 누린 것이다. 종이 달은 진짜도 가짜도 아닌 '사이비似而非 행복'을 의미한다.
사이비의 생명은 짧다. 사이비의 반의어는 '진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이비라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은 바로 종교 분야인데 1999년 휴거라는 명목 아래 사이비 종교들로 온 국가가 들썩 거렸지만 고작 몇십 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진리가 아니었음을 탄로 나고 말았고 2020년 대구를 중심으로 한 그들의 진리 여부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밝혀질 일이다.
그럼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법은 뭘까? 작가는 시중은행의 위폐 감별사를 통해 그 정의를 이렇게 내리는데
"위폐는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꾸민 흔적이 역력해요. 어딘지 부자연스럽죠. 가짜는 필요 이상으로 화려합니다. 진짜 지폐는 자연스러워요. 억지로 꾸밀 필요가 없으니까요."
PS. '화양연화'를 떠올리게 하는 추천 영화

-화양연화(2000)
이 영화는 2000년 홍콩 왕가위 감독의 영화로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표현하는 말'이다. 영화의 배경은 1962년으로 당시 홍콩의 모습을 엿볼 수 있으며 어느 순간부터 중화권 대부분의 영화가 표준어로 더빙되어 광둥어를 들을 기회가 아쉬운 이때 홍콩 광둥어를 들을 수 있는 매력을 발산한다. '아비정전', '중경삼림', '타락천사'로 90년대 홍콩 영화의 신비로움을 선보인 왕가위 감독의 연출력 점정을 찍은 영화이다. 현재의 홍콩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영화에서 자주 노출되는 길거리 음식은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는 음식들이다. 미스 홍콩 출신 장만옥의 미모는 영화 속 각양각색의 치파오와 어울려 뿜뿜 발산된다. 그리고 언제나 멋진 젊은 양조위를 만날 수 있는 명작이다.

-클래식(2003)-
영화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몇 번이나 본 영화이다.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의 노래가 질리지 않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청순 순수로 가득찬 손예진과 타짜 고니의 조승우, 이광수 친구 조인성을 만날 수 있다. 손예진과 조승우의 화양연화 시절을 뒤로하고 그들의 슬픈 사랑은 대를 이어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다. 영화에서 손예진은 1인 2역을 잔잔히 잘 소화해 내는데 그녀에게 딸이 있다면 영화 속의 모습처럼 그녀의 강력 청순 DNA로 손예진 그 모습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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