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언어의 온도 01.말-050 진짜 사과는 아프다

judy663 2020. 6. 18. 11:07

# 진짜 사과는 아프다

드라마<꽃보다 남자> 9회 중에서

 

'언어의 온도'의 작은 글들은 대개 2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반해 '진짜 사과는 아프다' 이 글은 무려 6쪽이나 할애되어 있다. 그만큼 작가에게 언급하고 싶은 주제가 아닐까 싶다.

 

에피소드 1:

작가는 기자 시절 사소한 다툼으로 불편하게 지내던 선배가 불쑥 '사과' 한 알을 주고 사라진 후에 그 사과를 받아들이 듯 사각사각 한입 베어 먹었던 추억을 얘기한다. 사과하고 싶었지만 '미안해, 기주야' 대신 내민 '사과'. 쑥스러움에 사과를 내밀었지만 그런 성격이었다면 사과를 준비하고 내밀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이다. 불쑥 이전 '꽃보다 남자'에서 구혜선이 이민호에게 내민 사과가 생각나서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드라마<꽃보다 남자> 9회 중에서

 

 

에피소드 2:

작가가 백화점에서 본 '염치'에 관한 일을 언급한다. 염치는 '본디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뜻한다'라고 한다.

백화점 매장 안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던 아이로 인해 20대 초반 남자 고객이 커피를 쏟는 일이 발생하는데

얌체 엄마: '안 다쳤네?'
20대 염치: "저기요, 공공장소에선 뛰지 않게 하셔야죠!"
염치 엄마: : "뭐요? 원래 착한 아이란 말이야. 당신도 아이 낳아봐!"

 

작가는 이에 언행일치言行一致이자 지행합일知行合一이라고 언급한다. 이 얼마나 웃긴 일들인가?

그럼 착한 아이는 공공장소에서 뛰어도 면제부가 주어지고 이런 상황은 아이를 낳아야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던가?

염치 어머님은 모르시나요?

1. 공공장소에서는 뛰지 말고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

2. 누군가에서 피해를 입혔을 때는 진심을 다해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해야 한다는 것

 

영화<베테랑>중에서

모든 일이 그렇듯이 적절한 순간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마트 카트에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자동 반사적으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발사된다. 대부분 서로 죄송하다는 말을 나눈 뒤에 일을 마무리된다. 이때 대부분의 경우 카트를 세우고 누가 잘못했는지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따지지는 않는다. 설령 돌아오는 길에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되어도 일을 무난하게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물론 사과의 당도를 놓고 보면 높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요즘 '경비원 아저씨의 자실'로 이어진 그 사건이 이렇게 대중의 공분을 사는 건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의 부재일 것이다. 사과의 질을 떨어뜨리는 단어 '하지만' 스며드는 순간 사과의 진정성과 사과의 당도는 떨어지고 만다

저당도: "죄송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쪽도 잘못했잖아."  

사과는 진정성과 타이밍이 수반되어야 그 진실성이 상대에게 반영될 수 있다. '진짜 사과는 아픈 것'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말이다. 적절한 시간에 마음을 담아 이렇게 말이다.

고당도: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맘을 아프게 했군요. 죄송합니다 정말."

PS. '사과'에 대한 언어들의 생각

1. 사과 apology

그리스어 apologia에서 기원, 그릇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말

2. 사과 謝過
謝 면하다. 혹은 끝내다
過 지난 과오
지난 일을 끝내고 사태를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행위

한문을 전공한 작가답게 글 곳곳에 단어의 한자 해석과 더불어 영어 어원의 기원이 언급되어 있는데 단어에 대한 해석과 어원이 포함되어 그 단어들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