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의 시

마음챙김의 시-마지막 날들

judy663 2021. 5. 18. 07:30

마지막 날들

'무슨 일일지 짐작이 간다'라고
그는 일기에 적었다. 다음 날, 진료실에
그녀의 혈액 전문의가 굳은 얼굴로 앉아 있고
의사의 조수는 문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마침내 의사가 입을 열었다.
"안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당신의 백혈병이
재발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네요."
네 사람 모두 울었다. 그는 얼마나 남았는지,
왜 지금 재발이 되었는지 질문했고,
그녀는 단지 이렇게만 물었다.
"집에서 죽어도 될까요?"

그날 오후 집에 돌아와
그들은 그녀의 약부터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녀는 구토를 했다. 그녀가 울지 않고 조용히
모든 걸 내려놓으려고 노력하는 동안
그는 소리 내어 흐느껴 울었다. 밤에
그는 전화기를 들어 주위에 소식을 알렸고
지인들 모두 충격을 받았다.

이튿날 아침,
두 사람은 그녀의 시선집 <그렇게 못할 수도>에 넣을
시 고르는 작업을 했고,
그녀의 장례식 때 부를 찬송가를 정했으며,
신문의 부고 기사에 제공할 단어들을 쓰고
수정했다. 그 다음 날,
그녀의 시집 작업을 더 했으며,
그녀가 힘이 없게 느껴지는 걸 보고
그는 말했다.
이 일을 지금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나중으로 미루자고.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 해야 해요.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돼요."
그러고는 이내 기력이 다해 잠이 들면서
말했다. "재미있었지요?
우리 함께 일한 것이. 당신은 안 좋았어요?"
그가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무슨 옷을 입혀야 할까? 당신을 묻을 때."
"생각 안 해 봤는데." 그녀가 말했다.
"나는 흰색 살와르 카미즈가 어떨까
생각했었어." 그가 말했다.
그들이 일 년 반 전 인도 폰디체리에 갔을 때
산 옷이었다. 그 이후 그 옷을 입었을 때가
가장 건강해 보였고 예뻐 보였다.
그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최고의 선택이에요."
그가 그녀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일 년 전
자다가 눈을 떴는데,
흰색 살와르 카미즈를 입고 관 속에 누워 있는
그녀가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계획을 그만둘 수 없었다.
그날 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불쑥 말했다.
"우리 강아지가 죽으면 화장을 해서
당신 무덤에 뿌릴 거야!"
그녀는 웃었고, 큰 눈에 생기가 돌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수선화들에게 좋겠네요."
그녀는 창백한 얼굴을
꽃무늬 베개에 묻었다. 그리고 물었다.
"이 일들이 기억나요?"

두 사람은 자신들의 모험에 대해
말했다. 결혼했을 때 차를 몰고
영국 전역을 돌아다닌 일,
중국과 인도를 여행한 일.
그리고 평범한 날들도
회상했다. 농장에서 보낸 여름들, 둘이 함께
시를 쓴 일, 개를 데리고 산책하고,
큰 소리로 안톤 체홉의 희곡을 낭독하던 일,
그는 자신들에게 더없는 행복을 안겨 주고
새로 칠한 침대에서 휴식하게 해 준
오후의 숱한 밀회들을 이야기했고,
그녀는 와락 눈물을 쏟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제 그만! 이제 그만!"

마지막 눈을 감기 전 사흘 동안 그녀는
대소변을 가릴 수 없게 되어
두 팔로 안아다가
변기 겸용 의자에 앉혀 줘야만 했다. 그가 그녀를 닦아 준 후 침대에 눕혀주었다.
다섯 시에 그는 개에게 먹을 걸 주고
방으로 돌아와
그녀가 방 맞은편 등받이 높은 수직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설 수도 없는데, 어떻게 걸을 수 있었을까.
그녀가 넘어질까 봐 겁이 나
그는 병원으로 데려갈 구급차를 불렀다.
하지만 그가 그것을 말하자
그녀는 입술이 일그러지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꼭 그래야만 해요?"
그는 구급차를 취소했다.
그녀가 말했다.
"내가 죽을 때 내 옆에 있어 줘요."

"죽는 것은 간단해요."
그녀가 말했다. "가장 나쁜 것은······,
헤어지는 일이에요."
그녀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게 되자
두 사람은 함께 길게 누워 있었다.
서로를 어루만지며.
그녀는 계속 그를 바라보았다.
그 아름답고, 둥글고, 큰 갈색 눈을
그에게서 한순간도 뗴지 않았다.
여전히 빛나고, 깜박이지도 않고,
사랑과 두려움이 타오르는 눈을.

한 사람씩 찾아왔다.
오래된 친구들, 가장 가까운 이들이
이 마음의 친구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처음에 그녀는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 눈물짓고,
그들의 손을 잡았다.
그런 다음에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또 그 다음에는 한쪽 입꼬리가 약간 위로 올라갔다.
마지막 날에는 말없이 바라보며
손을 둥글게 구부려 작별 인사를 했다.
눈은 꼼짝하지 않고 크게 뜬 채로.

그녀의 두 눈을 응시하고 있는
그녀 옆자리를 떠나며
그가 말했다.
"이 편지들을 상자에 넣을게."
세 시간 동안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지막 말을 했다.
"좋아요."
그날 밤 여덟 시,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렇게
눈을 뜨고 있었다. 미약한 호흡만이
남은 채. 그는 몸을 구부려
그녀의 창백하고 차가운 입술에
다시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그 입술이
마지막 힘을 다해
살짝 벌렸다가 오므리며 그의 입맞춤에
화답하는 걸 느꼈다.

마지막 몇 시간 동안 그녀는
창백한 손가락을 꽉 쥐고 팔목을
뺨 높이까지 올리고 있었다.
욕실 세면대 위에 놓아둔 여신상처럼.
이따금 그녀의 오른쪽 주먹이 그녀의 뺨 쪽으로
움직이거나 경련을 일으켰다. 그렇게 열두 시간 동안
그녀가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그는 그녀의 큰 코뼈 튀어나온 부분을
계속 긁어주었다.
뚜렷하고, 거의 달콤하기까지 한
냄새가 그녀의 벌어진 입에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폐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둥근 갈색 눈을 감겨 주었다.

도널드 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