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나태주 엮음-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1.너무 힘들지 마라 내가 네 옆에 있다-비망록

judy663 2022. 3. 22. 07:30

# 비망록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문정희

📋비망록 備忘錄
잊지 않으려고 중요한 골자를 적어 둔 것. 또는 그런 책자.
📎매양
매 때마다

청사포 등대, 출처 개인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