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레 먹은 나뭇잎
나뭇잎은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이생진 <시인과 갈매(1999)>중에서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글-수피 우화3 (2) | 2022.07.21 |
---|---|
좋은 글-아버지의 가방-박혜선 (0) | 2022.07.20 |
좋은 글-수피 우화2 (4) | 2022.07.15 |
좋은 시-저녁에-김광섭 (2) | 2022.07.14 |
좋은 글-수피 우화1 (4) | 2022.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