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좋은 글-선운사-최영미

judy663 2024. 3. 8. 07:00

#선운사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1994)>


출처 네이버 이미지

아득히 멀어진 20대에 처음 만난 이 시집의 강력한 인상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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