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언어의 온도 01.말-032 그냥 한 번 걸어봤다

judy663 2020. 5. 28. 16:40

 

그냥-문삼석

'그냥'이라는 이 시를 볼 때마다 그냥 울컥하고 그냥 먹먹한 감정이 든다.

이 '그냥'이라는 단어가 주는 모호하면서 헤아릴 수 없는 깊이는 한국어가 모국어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느껴진다. 

 

이번 이야기는 늘 그렇듯이 일상적인 장소인 버스에서 작가의 시선이 머문다.
"아비다. 잘 지내지? 한 번 걸어봤다."
행여나 자식이 "지금 전화받기 곤란해요"라고 해도
"괜찮아, 그냥 걸어본 거니까" 라며 덤덤하게 전화를 끊을 수 있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얘기한다.
이 '그냥'이라는 말의 무게는 무겁지만 자못 따뜻하다고 그는 필력 한다.

 

훗날 나의 모습은 어떨까? 나도 "그냥, 걸었어"라고 얘기하게 될까?
사실 나는 소중한 이들과 소소한 얘기들로 연락을 유지하며 지내고 싶다. 그래서 그냥이라는 말을 만들어 내게 하고 싶지 않다. 작가의 마무리 말처럼 "그냥"이라고 입을 여는 순간 '그냥'은 정말이지 '그냥'이 아닐 테니까.

 

 

'그냥' 사전적 의미

1. 이상의 변화 없이 상태 그대로.

2. 그런 모양으로 줄곧.

3. 아무런 대가나 조건 또는 의미 따위가 없이.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의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