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오
추돌 사고가 난 직후 허리가 조금 굽으신 어르신은 뒷좌석으로 가 몸을 웅크린 채 파르르 떨고 있던 작은 체구의 할머니를 살포시 안았다. " 세월이 흘렀지만 난 여전히 당신을 염려하오." 추돌 사고를 목격한 작가는 노부부의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와 비슷한 빛깔의 사랑을 하나 더 소개하고 싶다. 어느 중국 방송 내용인데 코로나로 집에 머물게 된 손녀의 눈에 비친 조부모의 모습을 담아냈다. 젊은 시절 할아버지를 위해 헌신적인 사랑을 바친 할머니. 할아버지는 지금 병상에 누운 할머니를 위해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며 저녁에는 그녀의 손과 발을 정성스레 닦아 준다. 한 번도 입 밖으로 '사랑하오'란 말을 내뱉지 않았지만 그 모습은 누가 보아도 파스텔 빛깔 사랑이다.
2015년 가을 나의 가슴속에 쑥 들어왔던 '그녀는 예뻤다' 10회에서 박서준이 교통사고의 트라우마를 잊고 황정음을 향해 달려가 안는 장면 또한 은은한 사랑의 모습이다. 작가의 말대로 상대를 자신의 일부로 여길 수 있는지 여부가 진실한 사랑과 유사 사랑을 구분하는 기준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랑의 종류는 전 세계 인구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므로 함부로 정의할 수도 없다. 다만 노부부의 모습, 드라마 속의 박서준의 모습은 파스텔 빛깔의 은은한 사랑의 모습이다.
지금 이 순간 임영웅이 불러 다시 화제가 된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의 가사가 그의 목소리와 더불어 더 애잔하게 다가온다.
tip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원곡 김목경(1990)
다시 부르기 김광석(1995)
대중화 임영웅(2020)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을 그와 동일시 하는 것이다.
To love someone is to identify with them
아리스토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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