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36

언어의 온도 01.말-032 그냥 한 번 걸어봤다

'그냥'이라는 이 시를 볼 때마다 그냥 울컥하고 그냥 먹먹한 감정이 든다. 이 '그냥'이라는 단어가 주는 모호하면서 헤아릴 수 없는 깊이는 한국어가 모국어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느껴진다. 이번 이야기는 늘 그렇듯이 일상적인 장소인 버스에서 작가의 시선이 머문다. "아비다. 잘 지내지? 한 번 걸어봤다." 행여나 자식이 "지금 전화받기 곤란해요"라고 해도 "괜찮아, 그냥 걸어본 거니까" 라며 덤덤하게 전화를 끊을 수 있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얘기한다. 이 '그냥'이라는 말의 무게는 무겁지만 자못 따뜻하다고 그는 필력 한다. 훗날 나의 모습은 어떨까? 나도 "그냥, 걸었어"라고 얘기하게 될까? 사실 나는 소중한 이들과 소소한 얘기들로 연락을 유지하며 지내고 싶다. 그래서 그냥이..

언어의 온도 2020.05.28

언어의 온도 01.말-029 말의 무덤, 언총言塚

# 언총言塚' '언총言塚'이라는 이 낯선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단연코 난 없었다. 하지만 친절하신 인터넷님을 통해 이 말의 전설을 접할 수 있었는데 우리 조상님들은 어찌나 이렇게 지혜로우신지! 대략의 내용은 이러하다. 마을에 여러 성씨들이 모여 살고 있는데 문중들끼리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고 한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자꾸 큰 싸움으로 번지며 말썽이 잦자 사발 하나에 온갖 비방과 욕설을 담고 뒷산 '주둥개산'에 사발을 묻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언총인데 이 뒤부터는 이 마을에 싸움이 없어지고 평온해졌다고 한다. 충성스럽고 사랑스러운 개의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언총을 묻은 '주둥개산'도 개의 입 모양이고 개의 입에서 나온 말이 '개소리'란 의미니 이런 헤프고 거칠 말들을 주둥개산에 묻었다는 건 ..

언어의 온도 2020.05.25

언어의 온도 01.말-026 틈 그리고 튼튼함

# 틈 그리고 튼튼함 '농활'이라는 단어를 요즘의 대학생들도 알까? 이 글에서는 작가가 대학 시절 농활을 갔다가 작은 사찰에서 만난 스님과의 대화를 잔잔하게 풀어낸다. "수백 년 이상 된 석물 중 탑을 만들 때 틈을 줘야 해." "탑이 너무 빽빽하거나 오밀조밀하면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폭삭 내려앉아. 어디 탑만 그렇겠나. 뭐든 틈이 있어야 튼튼한 법이지." 틈이라 이 단어는 무언가 전문적이지 않은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인간관계에서 이 '틈'의 부족으로 힘들었던 지난날들이 떠오른다. 나이가 들 수록 이놈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실수하지 않고 완벽하게 이뤄내려고 했던 지난 날들 그 속에서 빈틈을 보이지 않고자 노력했던 지난 날들. 하지만 어느 순간 '너무 맑은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지 못..

언어의 온도 2020.05.21

언어의 온도 01.말-023 사랑은 변명하지 않는다

왼쪽과 오른쪽,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사물과 현상을 잘 헤아리면 근원과 만나게 된다는 뜻. 일상의 모든 것이 공부의 원천이라는 의미도 된다. 작가는 다시 지하철에서 본 에피소드를 얘기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소소하게 스쳐지나가는 일들이겠지만 글 앞에 언급된 좌우봉원처럼 그에게는 이런 소소한 일상이 의미 있는 소중한 재료임에 틀림없다. 지하철을 타거나 거리를 걸을 때면 가끔 소리를 크게 틀어 놓은 어르신을 뵙게 된다.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가끔 배려라는 단어가 아쉽기도 하다. 지하철 경로석에 앉은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손등에 살포시 손을 얹으며 말했다. "여보, 사람들이 많으니까 이어폰 끼고 보세요." "아, 맞다. 알았어요. 당신 말 들을게요." 짧은 대화 속에서 할머니의 지혜로움과 할아버지의 현..

언어의 온도 2020.05.19

언어의 온도 01.말-020 말도 의술이 될 수 있을까?

# 말도 의술이 될 수 있을까? 작가는 몇 해전 어머님이 수술하신 병원에서 "~원사님" "~여사님" 등으로 부르는 호칭에 대해 언급한다. 사실 병원에 가면 환자님, 어머님 등으로 불리는데 환자님이란 호칭을 들으면 사실 좀 환자님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좋지만은 않다. 그리고 어머님이라는 호칭은 사실 이 나이가 어머님이 맞긴 하지만 들으면 '내 나이가'라는 생각이 들곤 해서 살짝 슬퍼질 때도 있다. 어쩔 수 없지만 어쩔 수 없이 듣게 되는 호칭들이다. 그렇지만 이 병원에서는 환자라는 언어는 患 아프다는 말이 들어 있으니 삼가고 아버님, 어머님보다는 은퇴 전 직함 등으로 대신한다는 것이다. 작은 배려지만 병마와 싸우려는 의지를 키우신다는 것이다. 병원이란 곳에서 느껴지는 언어의 밀도는 굉장하다. 특히 호스..

언어의 온도 2020.05.15

언어의 온도 01.말-017 더 아픈 사람

지하철 내 할머니와 손자의 대화 " ~ 그런데 할머니. 할머니는 내가 아픈 걸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상처가 남긴 흉터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할머니. 소소한 것을 경청하며 생각을 만들어 내는 작가의 눈이 새삼 더 부러워진다. 상처를 겪어 본 사람이 아는 공감. 겪어본 것에 대한 공감. 손자는 아직 이해 못 한 이치지만 할머니의 말과 작가의 생각은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언어의 온도 2020.05.14